스타트업, 특히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에게 투자 유치는 생존을 위한 산소와도 같습니다. 런웨이가 줄어들고 통장의 잔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면, 창업자는 본능적으로 ‘누구의 돈이든’ 받고 싶은 유혹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이 순간이 바로 창업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때입니다.
모든 투자가 축복은 아닙니다. 어떤 자금은 회사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로켓 연료가 되지만, 어떤 자금은 회사의 캡 테이블을 망가뜨리고 후속 투자를 막으며, 결국 창업자를 경영에서 배제시키는 ‘독이 든 성배’가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단순히 “나쁜 사람을 피하라”는 원론적인 조언이 아닌, 재무적/전략적 관점에서 Tech 스타트업이 피해야 할 잘못된 투자의 3가지 구체적인 신호를 깊이 있게 분석해 드립니다.
잘못된 투자 신호 1. 타임라인의 불일치: “J커브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본”

기술 스타트업, 특히 딥테크나 플랫폼 비즈니스는 초기 적자를 감수하고 기술 개발과 사용자 확보에 집중하는 시기, 즉 ‘죽음의 계곡’을 건너야 합니다. 이 시기에는 매출보다 트래픽, 기술적 마일스톤, 특허 확보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투자자는 이 ‘기술 비즈니스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주로 부동산, 제조업, 혹은 단기 수익 모델에 익숙한 자본일 가능성이 큽니다.
[ 구체적인 위험 징후 ]
- 초기부터 과도한 영업이익 요구: MVP(최소 기능 제품) 단계에서 시장 검증보다 당장의 현금 흐름을 집요하게 요구합니다. 이는 R&D에 투입되어야 할 리소스를 억지로 영업으로 돌리게 만들어, 결국 제품 경쟁력을 떨어뜨립니다.
- 피봇(Pivot)에 대한 저항: 스타트업은 시장의 반응에 따라 사업 모델을 유연하게 바꿔야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최초의 사업계획서가 변경되는 것을 ‘실패’나 ‘약속 위반’으로 간주합니다.
- “배당”에 대한 언급: 초기 기술 스타트업에게 배당을 논하는 투자자가 있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야 합니다. 성장을 위해 재투자해야 할 시기에 이익 회수를 논하는 것은 엑셀러레이터가 아니라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습니다.
[ 전략적 조언 ]
투자 미팅 시, 엑시트(Exit) 전략에 대해 역으로 질문하십시오. “저희는 기술 고도화에 2년이 더 필요하고, 그동안 적자가 확대될 수 있습니다. 이를 견딜 수 있으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명확한 확신을 주지 못하거나 표정이 어두워지는 투자자는 파트너로서 적합하지 않습니다.
잘못된 투자 신호 2. 텀시트(Term Sheet)의 독소 조항: “경영권을 위협하는 금융 공학”

돈이 급할 때 창업자는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를 100억 가치로 인정해 준대!”라고 기뻐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밸류에이션 뒤에 숨겨진 계약 조건(Terms)입니다. 잘못된 투자자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미끼로 치명적인 독소 조항을 계약서에 숨겨둡니다.
[ 피해야 할 대표적인 독소 조항 ]
① 과도한 청산 우선권
일반적으로 투자자는 회사가 망하거나 매각될 때 투자 원금을 먼저 회수할 권리를 가집니다(보통 1x). 하지만 2x, 3x 이상의 청산 우선권을 요구하거나, 원금을 받고 남은 돈을 지분율대로 또 나누는 참가적 조건을 건다면 위험합니다. 이는 회사가 열심히 성장해서 엑시트를 해도 창업자가 가져갈 몫이 ‘0원’이 되게 만듭니다.
② Full Ratchet 조항 (희석 방지)
후속 투자가 현재보다 낮은 가치로 이루어질 때, 투자자의 지분율을 보호하는 조항입니다. 일반적인 ‘Weighted Average(가중평균)’ 방식은 합리적이나, ‘Full Ratchet’은 초기 투자자의 주가를 후속 투자의 낮은 가격으로 100% 조정해버립니다. 이는 창업자의 지분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고, 후속 VC들이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③ 과도한 동의권(Veto Rights)
이사 선임, 예산 집행, 스톡옵션 부여 등 회사의 일상적인 경영 활동 하나하나에 대해 투자자의 ‘사전 서면 동의’를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투자가 아니라 회사를 원격 조종하겠다는 의미이며, 빠른 의사결정이 생명인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습니다.
[ 전략적 조언 ]
텀시트를 받았을 때, 변호사나 기존의 신뢰할 수 있는 멘토에게 반드시 검토를 요청하십시오. 특히 “표준계약서에서 벗어난 특약 사항”이 많다면, 그 투자는 독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밸류에이션을 조금 낮추더라도, 깨끗한(Clean) 텀시트를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입니다.
잘못된 투자 신호 3. 가치 없는 간섭: “트로피 헌터와 마이크로 매니저”

가장 교묘하고 파악하기 힘든 유형입니다. 이들은 돈은 주지만, 창업자의 멘탈과 시간을 갉아먹습니다. 투자자(VC)의 역할은 자금 지원과 네트워크 연결, 그리고 멘토링입니다. 하지만 ‘잘못된 투자자’는 자신을 상사로 착각하거나, 투자를 자신의 과시용 장신구로 여깁니다.
[ 투자자의 두 가지 나쁜 얼굴 ]
① 트로피 헌터(The Trophy Hunter)
유명한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는 사실 자체를 사교 모임이나 언론 플레이에 이용합니다. 정작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연락이 두절되거나, 가장 먼저 책임을 회피합니다. 이들은 회사의 성장이 아니라 자신의 평판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② 마이크로 매니저(The Micro-Manager)
투자자가 자신의 경험을 과신하여 제품의 UI/UX, 개발 언어, 직원 채용까지 시시콜콜 간섭합니다. “내가 예전에 사업해 봐서 아는데…”라며 창업자의 전문성을 무시합니다. 이는 팀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창업자가 비전을 펼치는 것을 방해합니다.
[ 전략적 조언 (평판 조회) ]
투자자도 ‘레퍼런스 체크’가 필요합니다. 해당 투자자가 과거에 투자했던 다른 스타트업의 대표들에게 연락해 보십시오. “회사가 가장 힘들었을 때 그 투자자는 어떤 태도를 보였습니까?” 이 질문 하나가 수억 원의 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좋은 투자자는 회사가 힘들 때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결론: 투자는 ‘결혼’보다 헤어지기 어렵다

투자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투자자는 주주명부에 등재되며 회사의 법적 파트너가 됩니다. 이혼은 법적 절차를 통해 가능하지만, 주주는 그가 주식을 팔고 나가기 전까지 강제로 내보낼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당장의 자금난 때문에 ‘나쁜 돈’을 받지 마세요. 그것은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습니다.
Tech 스타트업이 기억해야 할 3대 원칙:
- 우리의 기술과 성장 곡선(J-Curve)을 이해하고 인내할 수 있는 자본인가? (→ 타임라인의 일치)
- 다음 라운드 투자 유치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합리적인 계약 조건인가? (→ 텀시트의 깨끗함)
- 단순한 채권자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등을 맞댈 수 있는 파트너인가? (→ 가치 있는 간섭/평판)
이 3가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과감히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거절이 훗날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이 될 것입니다.
🔥 Flexdaddy의 제언
여러분에게 드릴 수 있는 가장 냉철한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밸류에이션의 ‘허영심’을 버려라.
창업자는 종종 경쟁사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기 위해 과도한 독소 조항을 수용합니다. 예를 들어, 150억 밸류에이션에 2X 참가적 청산우선권을 받는 것보다, 100억 밸류에이션에 1X 비참가적 청산우선권을 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여러분의 순수 지분 가치를 훨씬 더 높입니다. 높은 밸류는 일시적인 자존감을 높여줄 뿐, 나쁜 조건은 다음 라운드에서 여러분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됩니다. 다음 투자자는 그 독소 조항을 보고 투자 자체를 망설이게 됩니다.
② “VC의 퀄리티”를 지표로 삼아라.
시드(Seed) 단계에서는 ‘돈의 양’보다 ‘투자자의 명성’이 중요합니다. Tier 1 VC(최상위 벤처캐피털)의 이름이 캡 테이블에 올라가 있으면, 후속 투자 유치 과정이 획기적으로 쉬워집니다. 이는 그들이 이미 여러분의 사업 모델과 잠재력을 제3자에게 보증해준 것과 같습니다. 나쁜 투자자의 돈 50억보다, 좋은 투자자의 돈 10억이 장기적으로 훨씬 높은 확률로 다음 500억 투자를 불러옵니다. 투자는 ‘신뢰의 연쇄반응’입니다.
③ “자금 부족 런웨이”를 전략적으로 노출하라.
돈이 급한 티를 내면 절대 안 되지만, 투자 유치 협상 시점에서는 자금 부족 런웨이를 노출하는 방법을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생존’을 위한 투자가 아닌, ‘성장 가속화’를 위한 투자임을 명확히 하십시오. 나쁜 투자자는 창업자의 약점을 파고들지만, 좋은 투자자는 창업자의 비전을 믿고 베팅합니다.
💡 Final Tip
텀시트를 받으면, 투자자에게 ‘저희의 기존 주주에게 이 텀시트를 보여주고 조언을 구하겠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십시오. 나쁜 조건을 제시한 투자자는 이 제안에 불편해할 것이고, 좋은 투자자는 오히려 이를 환영할 것입니다.